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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 운명의 길시(詩)/시(詩) 2020. 9. 30. 14:05
요즘 온갖 길들이 회자된다
올레길, 둘레길, 바우길, 실레길, 마실길, 산소길…
생소한 길 이름이 너무 많이 등장했다
예전에는 없던 길을 새로 만든 것인지
적당히 이어서 이름만 새로 지은 길인지
사람들은 끝없이 길을 만들고 있는데
세상의 그 많은 길을 나는 얼마나 걸어보았던가
나는 좁고 구부러진 길들을 외면해왔다
나는 늘상 다니던 넓은 길만 다니고
그것도 눈에 보이는 큰길만 다니고
밤에는 불빛이 비춰진 환한 길만 다녔었는데
내 안에도 아직 못 가본 길이 많다
때론 내 안의 어느 길을 절대로 가지 않으려 했다
나는 손바닥의 외진 손금을 들여다보며
얼굴에 생긴 주름살을 쳐다보며
아직도 가보지 못한 내 운명의 길을 더듬어본다(그림 : 이영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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