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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근 - 나무의 목숨시(詩)/시(詩) 2020. 9. 30. 14:10
첫눈 내리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난로에 장작을 넣었습니다.
올 겨울에도 세상을 마저 건너갈
나무들이 많을 테지요.
죽은 나무인데 어떠냐며
아무렇지도 않게들 도끼를 들이밉니다만
나는 아직도 나무들의 생애를
잘 모르겠습니다.
저렇듯 폭발하는 영혼에게,
제 몸을 헐어 다른 생을 돕는 목숨에게
어찌 죽음을 얹을 수 있겠는지요.
죽음이 저토록 가열할 수 있겠는지요.
굴뚝을 빠져나온 나무의 한 생애가
헐거운 육신을 벗어놓고
자기들 숲으로 되돌아갑니다.
벗어던진 육체는 남아서
끝끝내 내 혼을 달구고 있습니다.한 생애가 또 다른 생에게
목숨을 건네는 순간입니다.(그림 : 박찬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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