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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환 - 굴비는 경전이다시(詩)/시(詩) 2020. 10. 2. 15:25
뼈와 살을 발라 공양하며
한 생애를 윤회하는
굴비는 경전
내가 비록 볼 품 없이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소금에 온 몸을 푹 절일 때
두 눈 차마 감지 못하고
할 말이 너무 많아
입 다물지 못한 채
묵언수행을 한다
세상 사람들
무슨 잘못이 있을 때마다
굴비 엮듯 줄줄이
나도 함께 도매금으로
엮어놓긴 하지만
아는가?
한 점 살을 얻기 위해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쉬어 본 적 없는
내 생의 치열한
자맥질을
한 가난한 노부부의
밥상에 올라가서야
뼈와 살을 발라 공양하며
한 생애를 윤회하는
(그림 : 장필홍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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