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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 무배치간이역시(詩)/시(詩) 2020. 10. 2. 15:32
쓸쓸함을 내지르며 기차는 관통한다
열기를 품은 저녁의 심장 속
‘더 흔들려볼까
춤추는 걸로 보이게‘
풀들은 흔들리며 자라고
바닷가가 아닌 철길에서 깨어난 등대풀 씨앗이
침목 사이로 번지는 일,
그리움은 가늠하기 어려운 길이
바다를 향하는 갯냄새의 환상, 환상
흔들림이 아닌 리듬으로
빗방울이 두드렸을 작은 꽃잎들이
리듬을 끊으며 혹은 리듬을 타며
연한 꽃의 살결 위로 타음은 날아가네
꿈들아 가벼운 꿈들아
기차가 금을 죽 그으며 지나면
선혈로 번지는 노을,
통증을 모르는 풀이 푸른 뺨을 하고
내일도 태어나고
내일도 사라지지
속도를 얻은 꿈들이
구김살로 가득한 구름을 향하여
달린다
날아간다
마찰음이 멀어지면
가벼운 바람 한 줄기
저녁은 붉은 열기를 심장에서
내려놓는다
(그림 : 김태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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