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석 - 구장로(球場路)시(詩)/백석 2020. 9. 27. 15:49
- 서행시초(西行詩抄) 1
삼리(三里) 밖 강(江)쟁변엔 자개들에서
비멀이한 옷을 부숭부숭 말려 입고 오는 길인데
산(山)모퉁고지 하나 도는 동안에 옷은 또 함북 젖었다
한 이십리(二十里) 가면 거리라든데
한겻 남아 걸어도 거리는 뵈이지 않는다
나는 어니 외진 산(山)길에서 만난 새악시가 곱기도 하든 것과
어니메 강(江)물 속에 들여다뵈이든 쏘가리가 한자나 되게 크든 것을 생각하며
산(山)비에 젖었다는 말렸다 하며 오는 길이다
이젠 배도 출출히 고팠는데
어서 그 옹기장사가 온다는 거리로 들어가면
무엇보다도 몬저 '주류판매업(酒類販賣業)'이라고 써붙인 집으로 들어가자
그 뜨수한 구들에서
따끈한 삽십오도(三十五度) 소주(燒酒)나 한잔 마시고
그리고 그 시래기국에 소피를 넣고 두부를 두고 끓인
구수한 술국을 뜨근히
멫사발이고 왕사발로 멫사발이고 먹자
(그림 : 이영희 화백)
'시(詩) > 백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석 - 통영(統營) 1 (0) 2019.06.14 백석 -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 (0) 2018.05.08 백석 - 외갓집 (0) 2018.05.08 백석 -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0) 2018.05.08 백석 - 개 (0) 201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