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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 - 느린 동네시(詩)/박종영 2020. 9. 26. 16:59
서걱서걱 갈잎 사이
잘 익은 해 한 덩이
검붉은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이삭 거둬간 너른 들판
참새 떼 수면을 차고 올라 떼 지어 난다
햇살 무거워 넘어지는 서쪽
철새들 무리 지어 날고
익숙한 풍경만 지워 나가는 촌로
벼 이삭 끝없이 펼쳐진 땅
한 뼘 안에 갇혀있다
방조제로 갈라진 수면 위로
물안개 우물거리고
사투리 길게 늘어지는 동네
성긴 결 더듬어 찾아온 이곳
게국지 참맛에 하루해가 저문다게국지 : 충남 서산 지역에서 절인 배추와 무, 무청 등에
게장 국물이나 젓갈 국물을 넣어 만든 음식.
(그림 : 김정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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