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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 - 이별은 참 서운한 것이데시(詩)/박종영 2014. 6. 9. 19:22
날 잡아 떠난 것도 아니고
어느 날 이별의 시간앞에 놓고
보내기 싫어 가슴 짚어보니
층층이 서리낀 날이 눈가에 맺히데
아직 생생한 물기둥으로 솟는 눈물비
마음안에 남아있는 것 같아
잡은 손 놓아주고 곰곰이 돌아선 뒤안
마른잎이 굴러가고 있어
내 울음 함께하기 부끄러웠네
누구나 살다가 한번쯤 헤어지는 길
새봄이 와 꽃이 피 듯 저절로
이별도 만남으로 피어나면 오죽이나 좋을까?
사람끼리 정주고 받는 것
내 한 몸 묶어 떠나 보내면 되는
요술같은 생각이 가슴에 빙빙도는 것은
또 얼마나 엉뚱한 그리움인가
그대 가는 날은
빗살처럼 눈 내리는 날이었네
동구 밖 그늘에 숨어
건네지 못한 목소리 들리게
슬픈 마음 얹혀 배웅하고 있었네.
(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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