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영 - 바닷가에서

         
옥빛 가을 내려앉은
작은 섬 둘레가 어느새 하얀 웃음 돌아
고운 입술을 드러낸다.

외로워 빛바랜 해국(海菊)도
몸통 드러내어 흔들리고
낡은 깃발 펄럭이며
지루한 항해를 멈추지 못하는
나그네 같은 통통배 한 척도,

파도의 그림 안으로 숨어드는
가을 바닷가,
잔잔한 물결이 오갈 때마다
빠드득 아픔을 비비는 몽돌의 소리,

그 아픈 울음으로 잘게 부서지는
모래, 모래알 위로
아득한 세상의 눈물이 쌓인다.

(그림 : 이완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