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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종 - 공손한 밥시(詩)/시(詩) 2020. 9. 3. 10:36
가족 수 대로 밥을 퍼 이불 속에 덮어둔다
바깥에서 얼어 돌아오는 몸을 위해
온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보온밥통이 이불을 대신하지만
세상 어머니들이 앞치마를 두르는 것은
밥 짓는 일에 대한 공경이기도 하지만
몸 팔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밥심을 위해
땟거리마다 질끈 동여매는 다짐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거나
입에 풀칠한다는 말이 모두 입에 관한 말인 것은
가족 하나하나가 거대한 식구(食口)라는 것이다
(그림 : 이미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