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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 주름에 관한 보고서시(詩)/허형만 2020. 8. 22. 15:12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주름의 골을 파헤지는 세월의 보습이
반질반질하게 빛난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
서유석처럼 흥얼거리다가
면도기가 계엄군인 양 턱을 점령할 때쯤
콧노래가 딱 멈춘다.
거울은 심장이 약하다.
주름의 골이 깊이 패어 갈 때마다
거울은 한사코 외면한다.
한겨울 설해목 부러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또 다시 흥얼거리는 내가 쓸쓸해지려 한다.
저물녘 세상에서 황급히 귀가하는 꽁지 붉은 새처럼
오늘도 주름은 황온을 갈아엎는
보습의 날카로운 이를 두려워하는 것인데
거울은 주름의 깊은 속내를 다 안다는 듯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보습 (명사) : 쟁기의 술바닥에 끼워 땅을 갈아 흙덩이를 일으키는 데에 쓰는 삽 모양의 쇳조각
(그림 : 송영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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