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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옥 - 한 줌의 속삭임들시(詩)/시(詩) 2020. 6. 9. 18:11
세월, 처음부터 쏜 살은 아니었지
추운 겨울과 뜨건 여름의 돌아오던 길
아무리 재촉하며 걸어도 하염없었지
별을 따다 주마고 달을 따다 주마고
세월, 쏜 살이었다면 감히 속삭였을까
헤어진 저녁에서 다시 만나는 저녁까지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햇살이 남아돌던
우물거리며 마구 빨아대도 녹지 않던
꼭 사람 하나 놓칠 것만 같던 노심초사의
질정 없는 예감에 시달리던 몇 해도 있었지
웅크리며 꼼짝 않던 세월, 어느새 팽팽해져
쏜 살이 되어버리더니 망설임도 없이
전생과 내생을 감쪽같이 이어붙일 기세다
날아가는 화살 꽂히게 될 세월없을 곳
돌아오는 길도 노심초사도 없을 곳 직감하는
푸석해진 욕망들이 굼뜨게 움켜쥐어 보는
한낱 속삭임에서 그친 한 줌의 속삭임들.(그림 : 류영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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