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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경 - 유월, 가천 다랭이 마을에서시(詩)/시(詩) 2020. 5. 30. 15:00
바다로 가는 길에
보랏빛 수국 환합니다
무릎을 꺾어
층층으로 걸어놓은 꽃잎의 문장을 만지며
반음 쯤 접어둔 고백 하나 꺼내 펼칩니다
문득, 바람이 스칩니다
어딘가에 두고 온 사랑의 향기이거나
바래길 지나 앵강다숲으로 가는 기척이겠죠
바다에 닿습니다
열사흘 달빛이
수면에 쪼그려 앉은 뭇별의 등을 토닥이면
밤의 원고지엔 말줄임표만 무성합니다
위험 수위를 찰방거리는 어둠의 감정선,
우리의 간격은 무엇입니까
박하향 가득한 길을 되돌아 걸으면
개구리울음 마저 달빛 무등 타고 층층으로 쌓이는 밤
달콤한 비파향이 마을을 에워쌉니다(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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