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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 김광석을 듣는 밤시(詩)/시(詩) 2020. 5. 28. 18:08
기타 하나로 기타의 생들을 위로하였더라
상처입은 사람들의 어께를 쓰다듬어 주던 목소리
막차를 보내놓고 주섬거리던 시절의 눈빛
끝내 통화가 끊겨버린 애인의 집 앞에서
쓸쓸한 고백을 대신 전해주던 입술은 늘 떨려왔네
생의 절정에서 기타 줄은 끊어졌지만
어떤 절정이지 않고서 누구의 가슴에 닿겠는가
온몸을 울어대는 귀뚜라미로 하여 한 계절은 오고 또 갔다
모든 행동에는 어떤 전조가 있었지만
일어나를 노래하며 일어나고 싶었지만 마침내.
쓰러져버린 술잔 위에
노래는 밤이슬처럼 내려 쌓이는데
기타치는 손 기타의 검은 몸통
노래하는 검은 입 팽팽한 하모니카의 구멍
검은 입속으로 한 시대가 빨려들어가고 또 나오는 밤
생의 절정에서 기타 줄은 끊어지고
어느 바람의 나라를 지키는 이등병이 되었는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광활한 만주벌판
어디쯤서 기타 하나 매고 걸어가는지 다리를 절며
끝내 부치지 않은 편지 한 장 쓰고 있는지
그 누구도 이 길을 따라 가지마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한 시대와 함께 사랑은 갔지만
새로운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제 누가 있어 목소리 하나로 세상을 울리게 하리오
상처입은 술잔에 위로의 노래 채워주리오
(그림 : 박철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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