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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근 - 말의 신사시(詩)/시(詩) 2020. 5. 26. 16:06
근사한 말이 어디 있나
말을 많이 한 날은 마음이 켕긴다
후환이라는 말 참 두렵다
말이 없는 사람은
분노를 감춘 사람
말을 쟁여두면 병이 온다
기괴와 기형으로
달변은 앙금을 남기지
거짓말을 복용한 날은 손톱을 깎는다
안경을 닦고 책갈피를 문지른다
나를 베어 문 웃음이
일생의 말들을 훑으며 지나간다
뻥 뚫린 폐점처럼
근사한 말이 어디 있나
근사한 말이 어디 있나
중독자의 눈빛으로
말은 병든 난간에 앉아
지나가는 얼굴들을 쬔다
입을 열면 죄가 툭 튀어나올 것 같아
큼큼거리며 모자를 고쳐 쓴다(그림 : 이현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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