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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향림 - 아우라지 강을 따라가며시(詩)/시(詩) 2020. 5. 26. 16:04
아우라지 강이 안개 걷히자
푸르스름한 제 정맥을 내보이며 흐른다.
한 편의 시처럼 갈고 닦아 둔 감수성의
칼날을 번뜩이며 멀리 흘러간다.
누군가 부르는 정선아라리 한 소절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진다.
'아우라지 지정구 아저씨 나 좀 건네주오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저 언덕바지엔 처녀상 하나가
강을 내려다보며 서 있다.
아우라지 강을 건너다 익사한
그녀는 쳐다보아도 슬픈 눈빛
쳐다보지 않아도 슬픈 눈빛이다.
빈 나룻배 한 척이 언제든 그녀를 건네줄 듯
강물 위에 떠 있다.
없는 뱃사공을 향해 손 흔들며 아직도
날 좀 건네 달라고 이어질 듯 끊어진다.
이토록 안개 걷히고 맑고 푸르른 날
멀리 너와집 몇 채 생나무 가지 태우는 매운 내
싸릿재 고개 위까지 건너온다.(그림 : 김정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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