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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이영 - 흐린 날시(詩)/시(詩) 2020. 3. 25. 09:12
하늘이 저녁 거미처럼 내려오면
수평선이 벌떡 일어나 모래톱으로 온다.
탄력 잃은 대기는,
늘어진 그물눈처럼 생기를 잃고
물컹한 갯비린내 몰아 뭍으로 오를 때
부두는 비설거지로 달그락거린다.
짙은 바다 그림자 끌고 온 배들이
부두에 닻을 내리는 시간,
펄떡이는 생명은 또 다른 생을 모른 채
싱싱하다.생각은,
날개를 잃고 육지를 떠돌다
고래의 지느러미를 달고
수평선을 쫓아
먼 바다로 출항을 한다.
한 무리 고래떼를 만나기 위해바닷속 그물은 이미 잊은 지 오래
(그림 : 임재훈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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