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리보 - 아버지 꽃밭에 꽃이 핍니다시(詩)/시(詩) 2020. 3. 25. 09:04
아버지에게는 꽃밭이 하나 있다
망초꽃이나 메밀꽃 같은 것
앞 산머리 저녁놀
붉어진 뒤꿈치를 들고 돌아설 때면
저만치 보이는
터벅터벅 아버지의 꽃밭
오늘은 어느 먼 바다를 다녀왔을까
아버지의 꽃밭에서는
언제나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난다
주름진 눈꺼풀에
얇디얇은 등에
마른풀 위를 걸어오는
저 보타진 무릎에
갯내음 폴폴 날리며 피어나는
서걱서걱 하얀 소금꽃
질 새도 없이 피고 피고 또 피다
어느새 보석처럼 짱짱해진 꽃
나는 아버지가
바다에 그만 갔으면 좋겠다(그림 : 강종열 화백)
Giovanni Marradi - Song Of The Fisherman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리보 - 겨울새 (0) 2020.03.25 문리보 - 앉은뱅이 꽃 (0) 2020.03.25 이영식 - '작은 나무’가 달려왔다 (0) 2020.03.24 신현림 - 편지 (0) 2020.03.21 박은영 - 구멍을 감추고 (0) 202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