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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순미 - 벚꽃 피는 마을시(詩)/손순미 2020. 3. 23. 17:42
검고 깡마른 나무들의 몸에서 탁탁! 꽃이 터져나온다
고요한 마을에 벚꽃융단이 깔렸다
아이들은 가지를 분질러 꽃담배 피는 흉내를 내며
머리에다 벚꽃을 짓이겨 붙이고 어디라도 날아갈 것 같다
화르르 날리는 벚꽃
아직은 아까운 저 꽃, 소쿠리라도 받쳐 놓을까
벚꽃이 필 때는 나도 부자가 된 것 같아
박박 긁어서 가난한 자들에게 몇 되씩 퍼주고 싶은
은화처럼 쌓이고 또 쌓이는 꽃들
가난만한 철학도 없었다
너도 한 되 나도 한 되
나는 아무래도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벚꽃같이 순하게 웃을 것이다
맑고 순진한 가난이 더 아프다(그림 : 성대영 화백)
Toshiya Motomichi - We Walk In Silence Under Cherry Bloss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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