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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 시래깃국시(詩)/송진권 2020. 2. 8. 21:49
펄펄 살아서 산을 옮기겠다던
기상도 시들고
마구 가시 세우고 우거져
아무나 다가오면 찌르겠다던
모난 마음도 무디어져서 풀이 죽었다면
싸락싸락 싸락눈 치는 저녁에 시래깃국을 먹어라
마른 멸치 몇 개 넣어 우린 국물에
된장 풀어 시래기를 넣고
부엌까지 들이치는 눈발이
국솥에도 몇 점 녹아드는 거 보며
혼자 시래깃국을 먹어라외양간에 매인 늙은 당나귀에게도
시래기 넣어 쑨 여물을 주고
윗목에 벗어둔 옷도 차곡차곡 개어 서랍에 넣고
깊숙하니 넣어둔 돈도
차곡차곡 셈해두고
눈보라 치는 날 다니러 오는
날개 치는 소리도 없는 부엉이 같은
어스름을 맞아라(그림 : 김영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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