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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 - 비 들어오신다시(詩)/송진권 2019. 9. 6. 16:04
며칠 앓다 일어나 앉아
입 안이 모래 한 움큼 삼킨 듯 깔깔할 때
낮인지 밤인지 분간도 못하고
몽롱해 있을 때
비 들어오신다
몸도 마음도 잃고
희디흰 곳이거나 검디검은 곳을 다니다 왔을 때
비 들어오신다
앞산 보얗게 더퉈 내려와
휘적휘적 물 가둔 논물에 둥근 발자국을 내며
마당을 번번하게
비 들어오신다
풀썩 먼지 나는 마당을 지나와
처마에 그렁그렁한 눈으로 맺혀 들여다보신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냐고
아파도 꼭꼭 밥은 챙겨 먹으라고
흥건하게 지나가신다
(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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