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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아버지, 당신은시(詩)/김수우 2019. 12. 25. 12:45
참, 참, 오래된 집입니다
나팔꽃이 피고 지며
바람이 들며나며 지은 집
쪽창을 밀고 들어온 저녁이
사진틀과 옷가지를 청보라로 물들이던 집
삶이 가진 불안과 희망이
기와가 되고 문지방이 되고
죽음이 주는 설움과 평화가 만든
마루와 벽장 속에는
알맞게 삭은 어질병이 살아갑니다
한때 바삭거리던, 이젠 눅눅한 그리움이
하나하나 벽돌이 된 그 집에서
젖었다 마르곤 하는
나와 나의 사람들과 내 추억의 몸들
녹슨 못들로 총총한 당신은
깨꽃과 산능선과도 잘 어울려
어떤 세상이라도 고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한 채 옴팡집으로 적막한
당신 옆구리에 무당거미 한 마리
거미줄 치며 햇살을 고릅니다(그림 : 박락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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