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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우 - 하루를 보낸다시(詩)/김수우 2019. 12. 25. 12:47
바다는 먼저 새벽장에 도착하고
한 발 늦은 햇빛이 생선 좌판에 주저앉는다
고등어 눈알에 뜨는 청동 무지개
내 눈 속에도 걸리겠지
몸통에서 쏟아지는 뱃고동
그 파도의 찬란한 진동을 읽으며
그래, 내 삔 발목도 아침이다
저녁은 고등어 눈 속에서 먼저 온다
햇살이 고리를 스치고 간 후
핏물에 갇히는 하늘
생선장수 전대 속에서 바다는 잔뜩 구겨진다
그래, 아프구나
할 수 없이 배를 따라
소금을 꾹꾹 쑤셔 박아 자반을 만든다
(그림 : 김주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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