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우 - 종점 다방시(詩)/김수우 2022. 2. 17. 10:01
한 모퉁이에서 화초가 말라 가고
또 한쪽에는 프라스틱 꽃나무 무성하다
날마다 틀어놓은 때묻은 노래로
비어 가는 생의 앞뜰
천식환자로 늙어 버린 시계가 가르릉가르릉
흠집 많은 하루를 밀고 가는데
문득, 창 밖은 목련이다
불시에 달려온 듯, 숨찬 그리움, 한순간
바람 안고 뚝뚝 떨어진다
놀라워라 땅에 내려앉는 법
치열해라 미련을 버리는 힘
그 옆에서 나는
앞발가락을 편 채 나자빠졌던
시장통 구석의 생쥐 죽음과 난 상관없음을,
아무 관계도 아님을 중얼거린다
노래에 열중한다 심심하다
지친 비너스 석고상 뒤로 목련이 지는
변두리다방 여기저기 긁힌 탁자 위에서
내 모든, 모든 추억은 고요하다
(그림 : 설종보 화백)
'시(詩) > 김수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수우 - 근대화슈퍼 (0) 2022.01.15 김수우 - 하루를 보낸다 (0) 2019.12.25 김수우 - 아버지, 당신은 (0) 2019.12.25 김수우 - 저, 낙타 (0) 2019.11.24 김수우 - 낙타는 제 걸음을 세지 않는다 (0) 2019.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