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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 - 가을편지시(詩)/이수익 2019. 10. 28. 13:48
네가 오는 것은
눈물겨운 기다림만으로 족하다
늘 그렇게 생각한다, 이별은 상처처럼
깊이 두렵고
가슴 저미는 일이지만
너는 왔다간 금세 가야 하니까
내 마음 위로 한닢 바람기 같은
뜬소문 같은 흔적이나 남겨 놓고
머물렀던 몇날 밤 쌓아올린 정분도 미련 없이
서둘러야 하는 발걸음처럼, 총총 떠나 버리는 너,
그래도 너를 기다리던 지난 여름 숱한 날들은
달력에 금을 긋고 바닷물의 간만을 지켜보며
한없이 즐겁고 떨리기만 하였는데....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더 이상 바람이란
품어서는 안 될 허튼 나의 욕심
네가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대,
아, 젊은 정부(情夫)처럼
잠시 머물렀다간 훌쩍 가 버리는
가을,(그림 : 박희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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