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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 - 물 위의 달시(詩)/이수익 2019. 10. 30. 09:27
물은 달을 안고 있습니다. 가득히 넘쳐날 듯한 물이
그래도 넘치지 않고 평온한 수면의 제 얼굴을 지니고 있음은
물 가운데 저 달 하나가 떠 있기 때문입니다. 물은
사랑하는 달의 이지러지는 모습을 차마 두고 볼수가 없습니다.
가슴에 품은 달이 이지러짐은 곧 제 가슴의 이지러짐,
이런 물의 마음을 달도 아는지, 달은 눈부시도록 밝은 빛줄기를
물의 가장 부드러운 살결 위에 깊이 깊이 새깁니다. 물살은 떨면서
달빛의 낙인을 참아냅니다. 실로 아름다운 순응입니다.
달밤에 물을 보는 것은 또한 달을 보고자 이 마음 때문임을,
하마 그대는 아시겠지요.(그림 : 조선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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