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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리를 아시는지요?
감나무, 배나무, 사과나무.......
지난해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매 열린 나무는
빈 나뭇가지에 바람만 일렁일 뿐
감도, 배도, 사과도 좀처럼 제 친구들을 만날 수
없다는 것,
그 지루한 그 쓸쓸한 한 해를 짐작해보신 적 있으신지요?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말을 하지만
콩과 팥이 만나 살다보면
콩도 팥도 아니고
콩의 근심과 팥의 오만만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
근심과 오만 덩어리인 채로
이리 데굴, 저리 데굴, 굴러 다니는
한평생을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지요?
해거리하는 해에 태어난
감, 사과, 배
그저 이름만 감 사과 배일 뿐
제 이름 다정하게 불러주는 이
쉽게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아시는지요?(그림 : 김한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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