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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영 - 유채꽃 그 봄의 향기(香氣)
    시(詩)/시(詩) 2019. 4. 5. 12:41

     

     

    그 봄, 안개 가득한 작은 섬

    섬 안의 섬으로 남아 고립과 싸우던

    내 절망의 징검다리 그 푸르렀던 징검다리

    은하수 강물 따라 흐르던 투명한 순수의 시대

    바다, 유채 꽃향기, 바람, 안개, 돌, 가난,

    수많은 물고기, 그리고 마른버짐 핀

    비위 약한 깡마른 나....

     

    비옥한 미소로 일관하는

    유채 꽃향기와 파도 소리와

    종일 바다 바다 외치는

    해초 내음을 버무리고

    지천에 바람을 휘모리로 담아내면

     

    성산포 들판에 넘치던 하루해가

    젖무덤 같은 둥근 오름을 껴안고

    서쪽에서 잠들 때까지 싫어도 야금야금

    영혼의 양식으로 먹어야 했던

    정말로 비린 고독은 지겹기도 하였다

     

    그만 멀미가 앞서면

    줄창 유채꽃 향기와 해초 냄새를

    한 됫박씩 게워냈다

    싫었다

    가난한 형편도 깡마른 육신도 배고픔도

    유채꽃 향기도 바다 냄새도....

    날마다 몸을 할퀴고 영혼을 허무는 바람결에

    그 짙은 염병할 유채꽃

    샛노란 얼굴로 온 마을 설레발까고

    안방까지 노오랗게 물들인 뻔뻔한 봄의 향연

     

    아, 절망을 부르던 그것은

    희망의 노래인 줄도 모르고

    파도 소리와 함께 나의 봄을 노략하던

    주검 같은 어둠인 줄로 착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림 : 정서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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