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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화 - 사보이 극장
    시(詩)/시(詩) 2019. 10. 6. 10:27


    영화를 보는 일은 애인을 만나는 일과도 같지.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환승해 매번 캄캄한 극장 안에서 영화를 보는 일은

    비디오 보는 일과도 다르고 친구를 만나는 일과도 다르지.

    왕년의 액션물과 한물간 에로물이 동시 상영되는 변두리 삼류 극장에서의 고독은

    양다리 걸친 애인을 만나는 일과도 같지.

    누군가의 체온이 채 가시지 않은 구석진 의자에 앉아

    누군가 이미 다본 베드신을 보는 일이란 남의 애인을 만나는 것과도 같지.

    그럴 때 사랑이란 들어서도 알고 안 들어도 뻔한 재개봉 영화 같은 것!

    스크린 가득 진부한 액션과 닳고 닳은 관능이 뻔하면 뻔할수록 백주 대낮 극장 밖을 나서기가 부끄럽던,

    눈이 부신 만큼 더 부끄럽던, 그런 삼류 극장에서의 추억은 친구 애인과의 한때와 같지.

    결코 들키고 싶지도, 들켜서도 안되는. 

    사보이 극장 : 대구광역시 서구 내당동 1006-1에 있던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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