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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화 - 새빨간 거짓말시(詩)/시(詩) 2019. 10. 5. 14:47
먹다 보면
껍질만 남는 것이 석류다
먹으면 먹을수록 새빨간 껍질만 쌓이는
사랑하고부터 거짓말도 늘었다
생각만 해도 신트림 끄윽 괴는
그 새콤달콤한 말 들키지 않으려
석류처럼 석류꽃처럼
내 입술도 반지르르 붉어졌다
익다 보면 제풀에 단내 쩌억 풍기는
벗기다 보면 겉과 속이 한통속인
석류 한 통 다 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석류보다 더 많은 껍질이 쌓였다
단물 쏙 빠진 알맹이까지 시금털털 껍질로 남았다
생이 아름답다는 건 거짓말
사랑에 온통 정신 팔려
영영 지울 수 없는 얼룩만 남긴
생이 아름답다는 건 거짓말
석류보다 석류꽃보다 더 새빨간 거짓말(그림 : 김일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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