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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리 - 가을나무의 말시(詩)/시(詩) 2019. 8. 29. 18:42
맹세는 깨어졌다
그해 가을이 다 저물도록
오마던 사람 오지 않았다
멍투성이 핼쑥한 가을하늘이
기다리는 사람의
부러진 손톱 반달 밑에 어려서
반 남은 봉숭아 꽃물이
버즘나무 가로수
단풍진 잎자락을 좇아가는데
붉디붉은 붉나무
샛노란 엄나무
그 물빛에 엎어지는
저 또한 못 믿겠는 사람 심사를
목마른 가을나무들이 맨 먼저
눈치 채지 않겠는가
버즘나무 : 플라타너스
(그림 : 서정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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