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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도 - 늙은 호박은 덩치만큼 무겁지 않다시(詩)/시(詩) 2019. 8. 28. 21:12
내 머리 두세 배는 됨직한, 누렇게 익은 호박을 따서 품에 안으니 생각보단 가볍다
안이 텅 빈 느낌이다 바짝 긴장했던 팔에서 힘을 빼고 집안으로 옮겼다
이 거 옮기려면 힘 꽤나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늙는다는 건 가벼워진다는 것이란 걸 알지 못했다
언제라도 어디로라도 훨훨 떠난 준비를 마친 몸
잘 늙은 호박이 전해 주는 뜻을 마음에 새기며 방에 자리를 잡아 앉히고 바라보니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볍게 떠나간 사람들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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