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 - 상추

 

퇴근길에 상추를 산다

야채를 먹어보려고

좀 건강해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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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서 한봉지 천오백원

회원 가입을 하고 포인트를 적립한다

남들처럼 잘 살아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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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화분에 상추를 기른다는데

아 예뻐라 정성으로 물을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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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그것을 솎아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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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를 먹으면

단잠에 들 수 있다는데

상추가 피를 맑게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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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강해질 것인가

상추로 인해

행복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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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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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묵은 쌈장을 끄집어낸다

상추가 포장된 비닐을 사정없이 찢는다

찢은 비닐을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치는 나는

행복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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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는 나를 사랑할 것인가

(그림 : 박찬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