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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걱 하나 닳아 없애는 데 꼬박 사십 년이 걸렸다는 어머니는 부엌 한켠에 신주단지 모시듯
입이 뭉툭한 밥주걱 하나 걸어놓고 사셨다.
목숨이란 실로 이와 같다
모질고 찰지기가 흡사 밥의 것과도 같거니와, 그 곡기 끊는 일 또한 한 가계의 조왕을 내어다
버리는 일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대저 쇠로 만든 주걱 하나를 다 잡아 먹고도 남는 구석이 밥에게는 있는 것이다
(그림 : 김우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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