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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빈 들판에 가물거리면
싱그런 봄내음 가득한 냉이국
상에 오르네
국사발 옆에는 사기 밥그릇
고슬고슬 지어진 좁쌀 밥 속에 이쁘게
박힌 것이 무엇인가
부엌 아궁이 솥단지에
감자 깎아 놓으라는 엄마 목소리 들리네
여름해 일찍 떠오르고
나는 삿자리 깔고 앉아 숟가락으로 박박
감자껍질 벗기네
오랜 세월 감자껍질 벗기느라
반쯤 닳아있는 놋쇠 숟가락
바닷가 아낙네들
쌀도 없이 차려내는 아침 밥상
좁쌀 서너 줌 넣고 감자 섞어 지어내면
보기만 해도 그득해 보였던
고봉 감자밥이여
메주고추장 휘이 둘러 바가지에 척척 비벼내면
마당귀 그늘에 앉아 짧기만 하던
하루 해여
(그림 : 이원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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