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 마음대로 꽃소리 내는 나무들
언제 와서 언제 졌던가
절간의 새우젓 같은 안부들
이 세상 아직 내 탓에 쓸쓸해하는 이 있을까
있다며 곁에 와 눕고는 하는 불빛, 무엇인가
어느 나무에선가
멀리 있는 자격 가까이 입으며
아무나 나라를 생각할 수 있음을 알았지만
게처럼 앞으로 가는데 옆으로 멀어지네
이제는
가을 더듬이에 국운보다 단풍잎 한 채가 아픈 날들
적막에 닿았다
인생에 부산스러움이 있다고 믿지 못하는 자는
실패한 자겠지
실패가 편하면 벌써 비겁한 것일까
그럴수록 혼자 외로워 아름다우리라고
눈물, 눈물나도
끝내 기다려주고 있는 언덕 위
참으로 안아볼 만한 몸이여 마음이여
마지막 불빛은
(그림 : 우창헌 화백)
'시(詩) > 김경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미 - 길 (0) 2019.11.13 김경미 - 비망록 그렇게 사랑이 (0) 2019.11.13 김경미 - 마흔에 (0) 2019.07.22 김경미 - 어떤 여름 저녁에 (0) 2019.07.22 김경미 - 스피커 (0) 2019.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