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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구비에 직업의 뼈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정물화는 원래 제 뜻으로 움직일 수 없는 화병, 해골,꺽인 꽃, 썩은 과일들을 담는 허무의 그림이었다
건강에는 좋지만 과일 같지는 않은 식탁위 토마토식으로
살아야한다
몸 안에서 손가락과 발가락이 서로 닮아간다
구두코와 코끝이 닿는 곳도 비슷해지고
마흔개의 생일 촛불은 집과 달력을 모두 태우기에도 좋다
바위에 제 부리를 으깨고 발톱과 깃털을 찧고나면
살아온 사십년만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전설의 바위산 가는
정거장
짐 보퉁이처럼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새들
몇 년이 지났을까
슬픔도 믿어야 한다
사람에겐 서른 아홉과 마흔 두가지 나이만 있다는 듯
정거장 바닥에 내려놓았던 짐을 든다
(그림 : 박운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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