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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택 - 말 한 마디시(詩)/시(詩) 2019. 6. 20. 10:45
말 한 마디에 비는 고인다
말 한마디에 나에게서 빠져 나와 숲에 들어가기도 하고 눈으로
보는 것을 살아 있게 만든다
겨울인 사람은 찻집이 되고
우산을 써도 젖는 사람은 노트가 된다
바람이 불고 혼자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낙엽이 지고
마로니에 잎은 얼룩이 남는다
사랑이 시작되자 죽음이 태어나는 평지에는
긴 그림자를 남기며 전철이 지나가는데
여기에 내가 왔던 곳이지를 되새기는 사람은
식은 가슴을 눈빛에 부빈다
그리운 말 한마디
그리운 고인 비
처음은 끝과 같이 물에 떨며 북으로 북으로도 가고
남으로 남으로도 가는데
날개를 수록한 하루하루는 이렇게 개작하지 않는다
네 옆에 내가 있다고
머리카락은 길어지고
아무도 없이
아무 말도 없이
(그림 : 전소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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