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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태 - 섬진강 나들이시(詩)/시(詩) 2019. 6. 16. 11:43
소풍간다.
벽진국민학교 사십회 동기생들
졸업하고 사십년만의 나들이다.
자식새끼 키운다고
남해 고속도로 들머리 산불처럼 벗겨지거나 숯이 된 가슴
번데기 된 누에처럼 반백 년 지어 놓은
고치를 풀어 한이든가 눈물이든가
쌍계사 가는 길 섬진강에 풀어 본다.
늦봄, 꽃은 지고
꽃 진 자리가 아파 피멍든 벚꽃나무 바라보며
전라도와 경상도 아우르는
화개 장터를 피 토하듯 게워낸들
어디 한번 간 청춘 다시 오겠냐만
시샘할라치면 명줄 긴 나무는 천년을 살아도
반백년 비바람에 옥자야, 질호야 이기 뭐꼬
잘 익은 참외처럼 우리네 얼굴
강물 같은 깊은 주름
분칠로 지우려 성형을 지우려 낙망 말아라.
저기 저 절집 삼나무처럼 우리네 아이들 사철 푸르지 않으나
오늘은 다 벗어 두고 술이나 마시고 노래나 부르자
여즉 고생 많이 했다 아이가.
(그림 : 이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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