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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희 - 빨간 거짓말을 사랑했네시(詩)/시(詩) 2019. 6. 12. 15:36
새빨간 것들을 사랑했네
선명해서 긍정이 되는 것들
피로회복제 같은 말,
나만 믿어
이런 말들
폭설처럼 행복이 몰려드는 착시 현상
참말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때
빨간 거짓말은 그물망을 펼쳐 나를 받아내네
앳된 점집 여자의 반말에도 귀가 경건해지는
새하얀 의심의 눈동자에
자주 찾아오는 불신과 절망은 무채색
슬그머니 옆에 앉아 웃다가
순식간에 내 목을 분지르지
빨강은 옆집 오빠처럼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네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걱정은 그렇게 노래 뒤에 기대 있지만
거짓말은 가끔 다정을 흉내 내네
점집 여자가 빨간 입술로 말하네
1월엔 돈거래를 조심하고
7, 8월엔 물가를 조심하고
12월에는 뜻하지 않은 횡재수나 손재수가 들었다고
아무래도 점집 여자는 시인인 것 같아
뻔한 세상사를 상징으로 표현하지
취업을 하고 월세에서 전세로 집을 갈아타는
고춧가루 솔솔 뿌린
세상의 모든 새빨간 위로들을 사랑해
(그림 : 유예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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