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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윤 - 고객감사 한가위선물세트시(詩)/이명윤 2018. 9. 21. 08:37
찾으시는 계절은 생필품 코너를 돌면 차곡과 차곡 사이에 있습니다 달력과 달력 사이, 주고와 받고 사이,가격과 지갑 사이, 주저와 주저 사이, 자매라니요 우린 엄마와 딸 사이,
화장과 포장 사이, 카트와 카트가 서로의 어깨를 부딪는 사이로 올해도 걸음이 몰리는 취업과 결혼 사이,
고향과 잔업 사이,칙칙과 폭폭 사이, 사이를 한 바퀴 돌면 사이가 보입니다 당신과 나는 어떤 사이일까요
사이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사이, 당신을 한참 들었다 놨다 하는 사이, 누군가 얼른 홍삼 세트를 꺼내 듭니다
사이와 사이를 잘 보시면 1+1이 있습니다 서민이 행복해지는 마법을 우리 사랑해도 될까요
사이를 한 바퀴 돌면 고개를 숙인 채 덤으로 따라오는 내가 보입니다
사과와 사과 사이, 앉아 있는 피곤한 당신도 오래전 누군가가 보낸 선물, 덜컹덜컹 꿈이었다가 현실이었다가,
사이가 흔들리면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웅성웅성 별들이 빙글빙글 도는 사이, 꽃들의 전쟁이 터질 듯과 말 듯 사이,
공중에서 중계하는 정상과 회담 사이, 고객님, 세상이 바뀌어도 계산이 먼저입니다
돌아눕는 붕어빵과 뜨거워진 눈빛 사이, 깜빡 잊은 얼굴 찾아 뛰어가는 구름을 지나면 계산대에 길게 늘어선 산과 산 사이,
계란 한 꾸러미로 깜짝 파고드는 능청과 주름 사이로 아버지, 올해도 반짝 둥근달이 떴습니다.
(그림 : 최성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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