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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 옛집 진해시(詩)/정일근 2019. 5. 31. 19:21
내 삶은 아직도 길 위에 있다
지친 두 발 기진한 육신
허기진 비애가 하루를 마감할 때
돌아가 옛집 더운 아랫목에
굽은 허리 묻고 잠들고 싶다
진해시 여좌동 3가 844번지
굴다리 지나 다닥다닥 산 위까지
둥지 틀고 식솔 거느린 번지마다
날 저물면 저 빼곡한 불빛
내 영혼의 일부가 그 불빛 속에서 자랐다
먼 사람 그리웁듯 그리운 진해 옛집
지금도 내 이름의 우편물이 쌓이고
꽃밭에도 봄꽃 흐드러지겠다
사월이면 꽃 지고 연초록 새잎들 신생하겠다
내 영혼은 집 떠나 길 위에서 상처받고
삶에 등 배길 때마다
백열전구 불빛 붉은 마루
저녁 밥상가로 둘러앉던 식구들처럼
더운 국에 밥 말아 먹던 뜨거운 밥숟갈처럼
그리운 옛집 진해(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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