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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 감은사지.1시(詩)/정일근 2019. 11. 29. 12:06
탑은 달을 꿈꾸었는지 몰라
버려진 세월의 뱃속 가득 푸른 이끼만 차고
변방(邊方)의 돌들의 이마는 시나브로 금이 갔다
그 금 사이 무심한 바다가 들여다보곤 돌아갔다
천 년(千年) 전 바람은 피리구멍 속에 잠들었고
신화는 유사(有史) 행간 사이 숨어 버렸다
문득문득 사라진 절의 풍경(風磬)소리 들리고
항아리마다 칠월 보름달이 떠오를 때
저기 사랑하는 신라여인이 긴 회랑(回廊)을 돌아간다
탑 속 빈 금동사리함에 누운 잠아
천 년(千年)의 사랑아 내가 너를 안을 수 있다면
......돌 속에 묻힌 혀는 무겁기만 한데
항아리 속에서 떠오른 누우런 달이
둥근 맨발로 걸어 탑 속으로 숨어든다
어허 탑마다 즐거운 만삭(滿朔)이다
내가 탑이다(그림 : 김상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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