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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 대숲에서시(詩)/시(詩) 2019. 5. 18. 22:45
봄을 풀어 놓으니 죽순이 깨어난다
땅속 들썩이며 뿌리 보듬는 산들바람에
하루에도 두어 자씩 쑥쑥 겨드랑이 날개 돋아
웃자란 키, 그 빈속이 궁금한데
일찍 물 건너 오리골 최부자네 대광주리로 팔렸다가
삼 년 전 과수된 무리실댁
열불 나는 앞가슴 식혀 줄 부챗살이 되었고
한때는 낯선 사내의 죽부인으로
지금은 그마저 기댈 곳 없어
손 끝 닿지 않는 여린 등 긁어줄
효자손이 되었다
따비밭 언저리
오늘을 쉬게 해야 할 휘어진 등짝
쏴아 ~ 쏴아~
가려움 긁는 댓잎 소리 시원하다
(그림 : 이희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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