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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선 - 발아(發芽)시(詩)/시(詩) 2019. 5. 8. 23:15
함께 걸어요, 어머니
한 손엔
찰랑찰랑 넘치는
세상 이야기 한 동이 들고
우리 함께 걸어요
저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나무까지
싹 틔우는 걸 잊었다고, 어머니
죽은 건 아닐 거예요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가
벙어리가 아니듯이
앙상한 나무 아래 앉으세요, 어머니
물뿌리개처럼 입술을
내밀어 찰랑찰랑
세상 이야기 어머니 발아래
부어드리겠어요
이야기 길 따라
웃고, 울고, 슬프고, 기쁜 날들
함께 걷다 보면
어머니랑 싹도 못 틔운 나무랑 서로
마주보며
옹알이 할 수 있는 날
오지 않을까요
(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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