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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봄날의 애가시(詩)/이재무 2019. 5. 3. 09:46
빛 화사하여 마음의 문지방으로
도화물결 넘쳐 와도 내 병든 몸의
가지에게로 새 잎 찾아오지 않는다
세상 밖으로 보송보송한 얼굴 내밀고는
아장아장 허공을 걸어가는 저 철없는 유년의
푸른 고집은 얼마나 환하고 눈에 부신가
하지만 저 순결한 초록의 생은
모든, 태어난 자의 숙명이 그러하듯이
먼 먼 생활의 골목과 언덕과 강물을
걷고 오르고 건너야 한다 또, 그러하는 동안
날로 두꺼워지는 몸에
상처와 무늬와 얼룩 남을 것이다
더러는 가지 떠나는 날이 되어도
산성의 시간 살아온 죄 아닌 죄로
끝내 입적의 출구 찾지 못하는 자도 있으리
(그림 : 고찬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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