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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 흑산도 홍어시(詩)/이재무 2017. 10. 8. 21:22
목포에 가면 흑산도산 홍어를 먹을 수 있지
묵은 김장 김치 한 장 넓게 펴서
푹 삶은 돼지고기에다가 거름에 삭힌
홍어 한 점 얹혀 한입 크게 삼켜
소가 여물을 먹듯 우적우적 씹다보면
생활에 막힌 코가 뻥, 뚫리면서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진다네
빈 속 싸하게 저릿저릿 적셔가며
주거니 받거니 탁배기 한 순배
돌리다 보면 절로 입에서 남도창 한 자락
흘러나와 앉은 자리 흫을 더욱 돋기도 하지만
까닭 없이 목은 꽉 메면서 매캐한 설움
굴뚝 빠져나온 연기처럼
폴폴 새어나와 콧잔등 얼큰, 시큰하게도 하지
사투리가 구성진 늙은 여자 허리를 끼고
소갈머리 없는 기둥서방으로 퍼질러 앉아
잠시 잠깐 그렇게 세월을 잊고
농익은 관능 삼키다보면 시뻘겧게 독 오른
생의 모가지쯤이야 한숨 죽여 삭힐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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