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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 왔으면 좋겠어
도둑 떼처럼 남몰래 쳐들어와서세상이 만든 지도를 지웠으면 좋겠어
늦은 아침 오줌이 마려워 문을 열었다가빛을 반사하는 흰빛에 깜짝 놀라 잠시 눈이 멀었으면 좋겠어
가지마다 열린 눈꽃 음표를 읽으며 콧노래를 부르면 좋겠어
이웃에게 정답게 인사를 건네고 이민 간 옛 친구에게
야, 네 살던 마을에 첫눈이 왔어야! 문자를 남겼으면 좋겠어
하늘이 내려준 하얀 도화지에 괴발개발 낙서를 남기며늑장 부리다 지각하여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퇴근길 주머니가 허전한 실직을 불러내 따뜻한 술을 마셨으면 좋겠어
첫눈은 눈꽃 화음에 귀가 젖어 곤한 잠 자는 사이에 내렸으면 좋겠어(그림 : 한천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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