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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야 - 다행한 일시(詩)/시(詩) 2019. 4. 27. 23:19
이 생에서 나 하나 잘한 일이 있다면
고요한 견딤으로 기다릴 줄 알았단 것
이윽히 나비 날갯짓 바라볼 줄 알았던 것
바람 지난 자리에서 꽃잎 가만할 때까지
여윈 겨울나무에 여린 꽃눈 돋기까지,
멍 그늘 짙은 숲 속에선
가만 손등 감싼 것도
금빛 햇살 자란자란 물무늬 이는 강변
드러난 나무 밑동 위 낙엽을 덮어주며
갈대의 겨운 속울음 춤이 되는 걸 바라보네
별들의 불면 곁에서 선잠을 자다 깬 듯
이 생에서 나 무엇도 이룬 것 하나 없지만
고요히 바라보는 행복
알게 된 일 참, 다행이네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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