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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은 - 낙타야 가자시(詩)/시(詩) 2019. 4. 25. 09:06
1800마리 낙타를 끌고 오늘밤 사막을 횡단해야 한다
약속은 겨울 저녁처럼 빠르게 지나가는데
흐릿한 눈 안으로 들어와 숨어버리는 길
낙타는 자주 걸음을 멈췄다
먼지 낀 눈에 인공눈물을 넣어가며 안간힘으로 재촉하지만
낙타는 지그재그로 비틀거리거나
눈 깜빡할 새 다리 한 짝이 짧아져있다
발자국을 지운 낙타들은
모래바람 사이로 앙상한 뼈만 남기고
광야를 날아올랐다
손가락 끝에서 나온 피 한 방울이
어슬렁거리는 낙타를 왈칵 물들인다
공장장 입술은 -야간 연장-이란 단어에 기가 몰려 실룩거렸다
바늘이 낳은 낙타는 오늘과 내일을 나누는 경계에서
위태롭고 빈약하다
기계에 밀려 한물 간 미싱 자수
골프복 위에 낙타 한 마리가 새겨질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꾹꾹 눌러 담는 손발은
밤새 부풀어 올랐다
새벽을 향해 걸어가는 낙타 발자국 소리
창문이 덜컹거린다
바람이 사납다
(사진 : 다음 카페 - 행복한 중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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