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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어차면 소리가 난다
울음보다 웃음에 가까운
소리는 그럴듯하다 어디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
어디에서나 마주칠 법한 표정
지금껏 궁리해왔다 아주 사소한 무언가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갉힌 뒤통수를 응시하는 일 따위
없는, 텅 빈
사람을 원치 않아요 진심입니다
누군가 손을 내밀면
재빨리 찌그러질 것 우수꽝스럽게 나자빠질 것
울음보다 웃음에 가까운
지금껏 궁리해왔다 버리는 일을 골몰해왔다
나로 인해 깡그리 버려지는
나를
주워 들면 약간의 물기가 돈다
불투명한, 그리고 미지근한
(그림 : 김영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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